
연적
허준하곡 소개
약국 가운을 입고 하루를 보내다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사람이 부른 트로트입니다. 허준하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이면서, 1980년대에 이미 음반을 낸 적이 있는 가수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때는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생업으로 돌아갔고, 오랜 공백을 지나 2017년에 다시 정식 음반을 내면서 맨 앞에 세운 곡이 「연적」입니다. 작사는 유희수, 작곡은 이동훈이 맡았습니다. 약업계 매체는 이 음반을 소개하면서 약사라는 직업과 가수라는 꿈이 서로에게 연적 같은 사이였다고 짚기도 했습니다.
제목의 연적(戀敵)은 사랑을 두고 겨루는 상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가사에는 그 상대를 향한 원망이나 저주가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화자가 마주 세우는 것은 연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바람이었나요」라는 첫 물음부터가 상대를 몰아세우는 대신 자기가 믿어온 세월을 의심하는 쪽으로 향합니다. 「사랑이라 믿어왔던 내 마음은 당신앞에 초라해지네」에서 무너지는 것도 관계가 아니라 화자의 자존입니다.
후렴은 내내 물음표로 되어 있습니다. 「아픈 상처 꼭 동여매고 눈물로 살아야 하나」, 「또 다른 사랑을 찾아 가야 하나」처럼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답을 찾지 못한 사람의 말투입니다. 2절에서 같은 자리에 놓이는 말이 「웃음을 보여야 하나」로 바뀌는 지점이 이 곡의 결정적인 대목입니다. 울어야 하나에서 웃어야 하나로 넘어가는 사이에 체념이 한 겹 더 쌓입니다. 그러고는 마지막 두 줄에서 비로소 물음표가 사라지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고 싶어」,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고 싶어」라는 바람으로 곡이 닫힙니다.
영원한 줄 알았던 것이 순간이었다는 자각, 기다려도 멀어지는 이별 앞에서 슬픈 표정만은 짓지 않겠다는 다짐은 트로트가 오래 다뤄 온 정서입니다. 다만 이 곡은 감정을 크게 터뜨리는 대신 상처를 동여매는 손짓 쪽에 무게를 둡니다. 배호와 나훈아의 창법을 섞어 놓은 듯하다는 평을 받아 온 목소리도 울음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늦게 낸 음반의 타이틀곡이라는 사실을 알고 들으면, 잃은 것을 붙잡고 우는 노래보다 이제라도 다른 쪽으로 걸어가 보겠다는 노래에 가깝게 들립니다.
커뮤니티 가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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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바람이었나요 당신하고 함께 한 세월 사랑이라 믿어왔던 내 마음은 당신앞에 초라해지네 나만이 존재하던 당신의 가슴 어떻게 다른 이를 사랑하는 아픈 상처 꼭 동여매고 눈물로 살아야 하나 사랑의 괴로움을 지우기 위해 또 다른 사랑을 찾아 가야 하나 영원한 줄 알았는데 순간이었나요 당신하고 함께 한 세월 기다려도 멀어지는 이별 앞에 슬픈 표정 짓지 않을래 나만을 사랑하던 당신의 가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건가요 아픈 상처 꼭 동여매고 웃음을 보여야 하나 사랑의 괴로움을 지워 버리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고 싶어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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