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혁
이찬혁은 남매 듀오의 곡을 쓰는 사람이지만 자기 이름만 걸고 낼 때는 팀에서 하지 않던 것을 합니다. 솔로 명의로 낸 두 장의 정규 앨범은 모두 하나의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가는 구성이고, 그 주제는 두 장 다 죽음입니다. 첫 앨범은 죽음을 겪는 쪽의 시점에서, 두 번째 앨범은 남의 죽음을 지켜보는 쪽의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두 앨범에 같은 곡이 한 편씩 겹쳐 실려 있어 서로 다른 두 장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소리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화음입니다. 듀오에서는 두 목소리가 주고받고 겹치는 것이 곡의 뼈대였는데, 솔로 앨범에서는 그 자리가 비어 있고 한 사람의 진술이 곡을 끌고 갑니다. 대신 장르를 곡마다 바꿉니다. 한 앨범 안에서 댄스 곡과 알앤비, 팝 록, 느린 발라드가 차례로 이어지는데 이는 취향의 나열이 아니라 이야기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배경 음악을 갈아 끼우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을 모두 본인이 맡기에 가능한 구성입니다.
가사는 개념을 설명하지 않고 상황을 던집니다. 목격자의 진술, 받지 못한 전화, 자기 장례를 미리 그려 보는 장면처럼 구체적인 자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정작 죽음이라는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2012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듀오로 데뷔한 뒤 팀 곡의 작사와 작곡을 계속 맡아 왔고, 솔로 명의는 2022년에 처음 썼습니다. 「파노라마」와 「장례희망」, 「멸종위기사랑」이 대표곡이며 이 가운데 「멸종위기사랑」은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로 선정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