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에 대하여
나훈아곡 소개
비 내리는 날의 옛날식 다방, 도라지 위스키 한 잔, 그리고 짙은 색소폰 소리. 이 세 가지만으로 노래는 한 시대를 통째로 불러옵니다. 화자는 그 자리에 앉아 누군가에게 들어 보라고 권하지만, 실은 권하는 상대도 자기 자신입니다.
원곡은 최백호가 노랫말과 곡을 직접 쓴 1995년 작품입니다. 출발점은 197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군 복무 중 의병 제대한 그가 부산 동래시장을 지나다 비를 피하려 허름한 2층 다방에 들어갔고, 그때 흘러나오던 색소폰 연주의 감흥이 20여 년이 지나서야 한 곡으로 완성됐다는 것입니다. 가사에 박힌 다방과 마담과 도라지 위스키가 관념이 아니라 직접 겪은 풍경인 이유입니다.
곡의 무게 중심은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이라는 한 줄에 걸려 있습니다. 없다고 잘라 말해 놓고 곧바로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로 넘어가며 스스로 부정한 것을 스스로 뒤집습니다. 뒤로 가면 무대가 다방에서 밤늦은 항구로 옮겨 가고, 돌아올 사람이 없는 줄 알면서도 뱃고동을 듣습니다. 「첫 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에서 그리움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나란히 늙어 가고 있으리라는 짐작으로 모양을 바꿉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제목이 곡의 맨 마지막 단어로 도착하는 구성이라 노래가 끝나는 순간에야 제목의 뜻이 완성됩니다.
애써 슬픔을 설명하지 않는 것도 이 곡의 힘입니다. 잃어버린 것의 목록을 나열하는 대신 다방과 항구라는 두 장소만 놓아두고, 그 안에서 무엇이 비었는지는 듣는 사람이 채우게 둡니다. 나훈아가 부른 이 버전은 원곡을 다시 부른 리메이크로 모음집 「향수(鄕愁)」에 수록돼 있으며, 굵고 곧게 뻗는 창법이 같은 가사를 받아 내면서 무게중심을 쓸쓸함보다 회고 쪽으로 옮겨 놓습니다.
커뮤니티 가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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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섹소폰 소릴 들어 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로 짙은 섹소폰 소릴 들어 보렴 이제와 새삼 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첫 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면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이제와 세상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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