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역
조관우곡 소개
노래가 시작될 때 화자는 아직 고향에 닿지 않았습니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간이역, 어릴 적 이름들이 모두 나와 반겨 줄 거라는 장면은 전부 열차 안에서 미리 그려 보는 그림입니다.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 안고」는 재촉이자 자기 다독임이고, 「눈감아도 떠오르는」이라는 말은 그 풍경이 실제로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꺼풀 안쪽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절에서 시제가 바뀝니다. 고개 마루를 넘어 다정히 손을 잡고, 흰머리 날리며 달려온 어머니를 얼싸안습니다. 그런데 그 문장 끝에 붙는 말이 「멀어진 나의 고향역」입니다. 만남을 그리다 곧바로 떠나는 뒷모습으로 넘어가 버리는 것인데, 이 곡이 명절 노래로 오래 불리면서도 마냥 흥겹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향역은 도착하는 곳이 아니라 늘 다시 멀어지는 곳입니다.
원곡은 1972년 6월 5일 나훈아가 발표했고 작사와 작곡 모두 임종수가 맡았습니다. 사실 이 곡은 새로 쓴 노래가 아니라, 1970년에 내놓았다가 묻혔던 「차창에 어린 모습」의 제목과 가사와 리듬을 바꿔 다시 낸 것입니다. 1942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난 임종수는 산을 세 굽이 넘어 이십 리를 걸어 황등역에 닿은 뒤 이리역까지 통학 열차를 탔고, 역 주변에 핀 코스모스를 볼 때마다 순창에 있는 어머니 생각에 울던 날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가사 속 코스모스와 어머니가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조관우는 2011년 7월 31일 나는 가수다 5라운드 1차 경연에서 이 곡을 골랐습니다. 주제가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였는데, 정작 그가 택한 방식은 자기 트레이드마크를 내려놓는 쪽이었습니다. 가성을 전혀 쓰지 않는 창법에 재즈 편곡을 입히고 팝핀현준이 함께 무대에 올랐고, 결과는 5위였습니다. 트로트의 원형질을 그대로 두는 대신 리듬과 화성을 바꿔 다른 장르로 옮겨 놓은 시도였습니다.
조관우는 1965년생으로 판소리 명창 조통달의 아들입니다. 어려서부터 판소리와 창, 가야금에 재주를 보여 국악예술고등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했고, 1994년 1집 「My First Story」와 그 타이틀곡 「늪」으로 데뷔했습니다. 남성 가수로는 드문 팔세토를 앞세워 자기 자리를 만든 사람이라, 그 무기를 봉인하고 부른 이 무대는 그의 이력 안에서도 예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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