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
국내112곡TJ 53 / KY 59
김현정은 1990년대 후반 한국 댄스 가요에서 가장 목청을 높였던 여성 보컬입니다. 트랙을 채우는 것은 빠른 신시사이저 비트와 테크노풍 전자음이지만, 노래하는 방식은 감정을 눌러 담기보다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쪽입니다. 고음에서 시원하게 내지르는 창법에는 김현정 창법이라는 별칭이 따로 붙었고, 춤을 추는 동안에도 성량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 무대에서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가사는 대체로 관계가 이미 무너진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데뷔곡 「그녀와의 이별」은 상대의 다른 연인에게 떠나달라는 말을 듣고도 믿지 않다가 결국 두 사람을 목격하는 장면까지를 구어체로 늘어놓고, 「멍」은 너를 만나기 전의 나로 다 돌려놓으라고 요구하다가 다음번에는 너 같은 사람을 만나라고 쏘아붙이며 끝납니다. 슬픔을 호소하기보다 따지고 몰아붙이는 화법인데, 대표곡 대부분을 작곡가 최규성과 작사가 유유진이 맡은 덕에 여러 앨범을 관통하는 한 사람의 목소리처럼 일관됩니다.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1995년 오디션에 붙어 2년을 준비한 끝에 1997년 1집을 냈지만 방송 몇 번에 그친 채 묻혔고, 노래를 살린 것은 방송이 아니라 나이트클럽과 길거리 음반 노점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난 1998년에 「그녀와의 이별」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사실상 다시 데뷔했고, 이듬해 「되돌아온 이별」, 2000년 「멍」까지 해마다 여름 가요판의 한가운데에 섰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