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가람
황가람은 남이 만든 노래를 다시 불러 알려진 가수입니다. 2011년부터 꾸준히 곡을 냈지만 오래도록 이름이 붙지 않았고, 그 시간을 채운 것은 매일 저녁 방송되는 일일 드라마의 삽입곡 자리였습니다. 노래를 하려고 서울에 올라와 험한 일을 전전하며 버틴 무명 시절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들리는지를 설명하는 이야기처럼 따라붙었습니다.
2024년 가을에 내놓은 「나는 반딧불」이 그 시간을 끝냈습니다. 이 곡은 인디 밴드 중식이가 2020년에 발표한 노래로, 원래 지역 축제에 쓰려고 만들었다가 무산된 곡이었습니다. 비슷한 처지를 지나온 그에게 원곡자가 다시 부르기를 권했고,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똥벌레였다는 가사가 수험생부터 중장년까지 폭넓게 가닿으면서 발매 몇 주 뒤부터 거꾸로 퍼져 나갔습니다.
목소리는 허스키한 쪽이고 기교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꺾거나 흔들지 않고 말하듯 눌러 부르다가 후반에만 힘을 싣는 방식이라, 같은 곡을 불러도 원곡보다 감정선이 굵게 잡힙니다. 반주는 피아노와 기타로 문을 열고 뒤로 갈수록 현악이 두껍게 붙는 정통 발라드 편성이 대부분입니다.
이후로도 그는 계속 남의 노래를 가져옵니다. 다른 가수가 부르던 「미치게 그리워서」와 「친구」를 자기 목소리로 다시 녹음했고, 옛 드라마 삽입곡을 되살리는 리메이크 기획에도 참여했습니다. 무명 시절 가이드 보컬로 인연을 맺었던 작곡가와 스무 해 만에 다시 만나 만든 「사랑했고 사랑했고 사랑했다」는 그중 드물게 처음부터 그를 위해 쓰인 곡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