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저하는연인들을위해
잔나비곡 소개
2020년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모던록 노래를 함께 받은 곡입니다. 인디 신에서 나온 노래가 올해의 노래를 가져간 흔치 않은 사례였고, 발표 두 달 뒤인 2019년 5월에는 멜론 월간 차트 1위에 오르며 평가와 지표를 동시에 통과했습니다.
노랫말은 첫 줄부터 자기를 펼쳐 보입니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라며 마음을 책처럼 내놓는데, 이어지는 「머물다 가셔요」라는 존대가 청유이면서 동시에 한 발 물러선 자리를 만듭니다. 책의 은유는 뒤에서 다시 살아나, 함께한 밤을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라는 문장으로 페이지 취급합니다.
제목의 주저를 정면으로 다루는 대목은 두 번째 절입니다.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 채 꺾어 버릴 순 없네」라고 못 박은 뒤, 「미련 남길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로 결론을 냅니다. 상처를 감수하는 쪽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보다 낫다는 계산이고, 이 곡이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답이기도 합니다.
헤어짐을 그리는 방식도 특이합니다. 「마주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라며, 등을 돌리지 않고 시선을 유지한 채 멀어지자고 제안합니다. 마지막에 오는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거야」에서는 존대가 풀리고 혼잣말에 가까워지는데, 제목이 걸어둔 주저를 화자가 스스로 반납하는 자리입니다.
잔나비는 2014년에 데뷔해 최정훈과 김도형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밴드로,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 대중가요의 어법과 정서를 지금의 밴드 사운드로 다시 꺼내오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가셔요」, 「보아요」 같은 옛 존대 어미도 그 결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019년 3월 13일 정규 2집 『전설』의 타이틀곡으로 나온 이 노래는, 띄어쓰기 없이 길게 늘어놓은 제목 표기까지 포함해 이후 복고풍 발라드와 긴 제목이 늘어나는 흐름의 기준점으로 자주 거론됩니다.
커뮤니티 가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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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 채 꺾어 버릴 순 없네 미련 남길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 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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