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
seibin(Feat.SeeU)곡 소개
2011년 10월, 한국 최초의 보컬로이드 시유가 세상에 나오면서 함께 공개된 다섯 번째 데모곡입니다. 노래하는 쪽은 사람이 아니라 SBS A&T가 야마하와 손잡고 만든 한국어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이고, 곡을 쓰고 만든 사람은 작곡가 seibin입니다.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들려주려고 붙인 데모였던 탓에, 당시 이 노래에는 1절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1절이 십 년을 버텼습니다. 짧게 끊긴 채로도 커버와 재창작이 끊이지 않았고, 시유 발매 10주년을 맞아 seibin이 곡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완곡으로 내놓았습니다. 풀 버전은 2022년 2월에 공개됐고 그해 7월 3일에는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면서, 2011년 데모까지 한 EP 안에 나란히 실렸습니다. 십 년 전의 미완성본과 완성본을 같은 자리에 두는 구성 자체가 이 곡의 이력서입니다.
가사는 예보에 없던 소나기에서 시작합니다. 갑자기 쏟아진 비, 수줍게 씌워 준 작은 우산 하나, 그리고 「내 맘을 적시는 단비 같았어」라는 한 줄입니다. 화자에게 오늘은 원래 망한 하루였습니다. 「빗나간 일기예보도」 말 안 듣는 앞머리도 다 마음에 안 들었는데, 우산 속에 들어가자 그 전부가 이 순간을 위한 행운으로 바뀝니다. 매일 걷던 회색빛 거리가 낯선 곳처럼 새로워지고, 보잘것없이 나누던 이야기에 자꾸 웃음이 납니다.
곡의 진짜 승부는 시제에 있습니다. 후렴은 두 번 모두 「너도 내 마음과 같다면」이라는 가정으로 걸리고, 앞으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는 새로 시작될 것이라는 미래형으로만 놓입니다. 그래서 화자는 「아 도착하지 않았으면 해 / 조금 더 멀리 / 조금 더 가까이」라며 골목 끝을 늦추려 합니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아 어색한 인사를 나눈 뒤, 같은 문장이 「너도 내 마음과 같았지」로, 그리고 「새로 시작한 우리들만의 반짝이던 그 날을 기억해」로 바뀝니다. 가정이 확인으로, 미래가 회상으로 넘어가는 이 마지막 뒤집기는 1절만 있던 데모로는 애초에 불가능한 결말이었습니다.
seibin은 게임 음악 스튜디오 ESTIMATE에 몸담고 국내외 게임 사운드트랙 작업을 이어 온 작곡가로, 이 곡에서는 작사와 작곡, 편곡은 물론 기타와 믹싱까지 혼자 맡았습니다. 정식 발매반의 표지는 DJMAX 시리즈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PUNEW가 그렸습니다. 한국어 보컬로이드가 흔치 않은 환경에서 시유는 여전히 대표 이름으로 남아 있고, 우산은 그 이름을 가장 오래 끌고 온 곡으로 꼽힙니다.
커뮤니티 가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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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을 것 같았던 이른 오후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는 소나기처럼 수줍게 씌워주었던 너의 작은 우산이 내 맘을 적시는 단비 같았어 아 매일 똑같은 언제나 걸었던 거리마저 낯선 곳에 온 것처럼 새로워진 기분이야 이런 내 마음 네게 전하고 싶어 Rain Rain 비 내리던 어느 날 닿을 듯한 거리의 좁은 우산 속 회색빛 거리도 모든 게 설레는데 너도 내 마음과 같다면 우리 그냥 이대로 새로 시작될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걸 빗나간 일기예보도 보여주기 싫었던 오늘따라 말 안 듣는 앞머리도 우울한 하루였지만 다행이라 생각해 이 순간을 위한 행운이란 걸 아 매일 나누던 보잘것없는 이야기들도 왠지 웃음이 나는걸 문득 올려다보면 내 말에 웃어주는 그 다정함도 Rain Rain 비 내리던 어느 날 바닥에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 안개 낀 거리도 모든 게 설레는데 너도 내 마음과 같다면 우리 그냥 이대로 새로 시작될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아 도착하지 않았으면 해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가까이 이 기분에 흠뻑 취하고 싶은데 이제 저 모퉁이를 돌면 너에게 인사해 조심히 가라며 조금 어색한 인사 너도 내 마음과 같았지 지나버린 시간도 새로 시작한 우리들만의 반짝이던 그 날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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