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박(地縛)
안예은곡 소개
문을 두드리는 쪽이 아니라 문 안쪽에 있는 존재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누구세요, 누구십니까, 누구신데 마음대로 우리 집에 들어와, 나가」. 집에 들어온 사람이 낯선 것이 아니라 집에 이미 있던 무언가가 사람을 낯설어하는 구도입니다. 제목 지박은 한자리에 묶여 떠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고, 이 화자는 그 자리에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가사지의 표기 자체가 연출입니다. 「나 는 여 기 에 있 어」는 한 글자씩 떼어 못 박듯 발음되고, 바로 다음 대목은 띄어쓰기를 전부 지운 채 태소부터 태초부터 원래부터 처음부터 계속해서 끊임없이 한결같이 여기 있었다는 말을 숨도 쉬지 않고 쏟아냅니다. 존재를 증명하려는 다급함과 이미 오래 굳어버린 확신이 같은 문장 안에서 부딪칩니다. 그 사이사이 흔들 흔들, 빙글 빙글 같은 의태어가 끼어들면서 공포는 설명이 아니라 소리의 질감으로 전해집니다.
곡이 뒤집히는 지점은 거의 마지막입니다. 나가라고만 외치던 목소리가 갑자기 「같이 가자 같이 가자 너희 집도 구경 가자」로 방향을 틀고, 달아나 보라며 재미있다고 덧붙인 뒤 「지 금 부 터 는 내 차 례 야」라고 선언합니다. 쫓겨나던 쪽과 쫓는 쪽이 뒤바뀌고, 그러고도 마지막은 다시 여기에 있다는 말로 돌아옵니다.
안예은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자작곡을 들고 나와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로, 설화와 국악의 어법을 자기 문법으로 끌어와 쓰는 작업을 이어 왔습니다. 이 곡은 2025년 7월 17일 디지털 싱글로 나왔고 작사와 작곡은 안예은 본인, 편곡은 Strawberrybananaclub과 함께 맡았습니다. 2020년부터 매년 여름 내놓아 온 납량 시리즈의 여섯 번째 곡이며, 본인은 이번 곡을 지박령에 초점을 맞춰 소리로 공포를 전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싱글에는 일본어 버전이 나란히 실렸습니다.
커뮤니티 가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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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누구십니까 누구신데 마음대로 우리 집에 들어와 나가 나 는 여 기 에 있 어 나 는 여 기 에 있 어 나 는 여 기 에 있 어 나는태소부터나는태초부터나는원래부터나는처음부터나는계속해서나는끊임없이나는한결같이여기에있는데당신은누구야당신은누구야당신도대체누군데여기있어내집에서나가내집에서나가아무것에도손대지말고 나가 나가 나가 나가 흔들 흔들 손모 가지 싫어 싫어 나가 나가 아무도 들어오지마 나가 나가 나 는 여 기 에 있 어 나 는 여 기 에 있 어 나 는 여 기 에 있 어 처음부터나는원래부터나는태초부터나는태소부터나는계속해서나는끊임없이나는한결같이나는여기에있는데너는누구야너는또누구야너희도대체누군데여기에있어내집에서나가내집에서나가아무곳에도발딛지말고 나가 나가 나가 나가 빙글 빙글 웃음 소리 싫어 싫어 나가 나가 더 이 상 들 어 오 지 마 같이 가자 같이 가자 너희 집도 구경 가자 달아 나봐 재미 좋다 …지 금 부 터 는 내 차 례 야 ! 나 는 여 기 에 있 어 나 는 여 기 에 있 어 나 는 여 기 에 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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