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주경
국내34곡TJ 14 / KY 20
서주경의 노래에서는 여자가 먼저 말을 겁니다. 대표곡 「당돌한 여자」는 일부러 안 웃는 것 아니냐고 상대에게 묻는 첫 줄로 시작해 술 한잔 사달라는 요구까지 곧장 밀고 나가고, 후렴은 같은 음절을 반복하는 부름말로 상대를 정면에서 붙잡습니다. 떠난 사람을 원망하거나 애원하는 쪽이 대부분인 트로트 화자들 사이에서 방향이 반대인 셈입니다.
소리는 정박이 또렷한 디스코 계열 리듬 위에 색소폰과 트럼펫, 트롬본 같은 관악 세션과 현악을 실연으로 얹는 전통적인 성인가요 편성입니다. 목소리는 높이 치고 올라가기보다 중음역에서 또박또박 끊어 부르는 쪽이라 말을 거는 가사가 흐려지지 않고 그대로 들립니다. 근래에 낸 「그래서 결론은」까지도 세션을 불러 같은 방식으로 녹음했습니다.
1990년에 첫 음반을 냈고 1993년 「발병이 난대요」로 이름을 알렸으니 무대에 선 시간이 30년을 넘습니다. 그 사이 곡 제목은 「한 남자의 여자」, 「쓰러집니다」, 「반칙」처럼 계속 상대를 겨눴습니다. 마음을 길게 설명하는 대신 상황을 한 문장으로 던져 놓고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는 구조가 서주경 노래를 하나로 묶는 지점입니다. 한 곡의 인상이 워낙 커서 그 곡의 가수로만 기억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같은 성격의 화자를 30년 동안 여러 곡에 나눠 세워 온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