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철
이승철은 록 밴드의 보컬로 출발해 솔로 발라드의 자리로 건너온 가수이며, 무대에서 음원과 다르지 않은 노래를 들려준다는 이유로 오래도록 라이브의 황제라 불려온 보컬리스트입니다. 1980년대 중반 록 밴드 부활의 보컬로 노래를 시작했고, 1988년 첫 솔로 앨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내며 밴드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이후 40년 가까이 발라드와 팝 록을 오가며 노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밴드 출신이라고 해서 굵고 거친 소리를 떠올리면 어긋납니다. 음악 칼럼들이 그의 창법을 설명할 때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높은 수준의 비성과 두성입니다. 고음에서 두성을 쓰는 감각이 유독 특이하고 그 울림이 중저음에서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탓에, 힘을 준 흔적 없이 맑은 소리가 납니다. 초반부는 속삭이듯 감미롭게 흘려보내다가 후반 고음역에서 흔들림 없이 곧게 뻗어 올리는 것이 그의 전형적인 설계입니다.
부르는 노래는 거의 언제나 이별의 언저리에 서 있습니다. 헤어지자는 말만은 듣지 않겠다며 버티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무대가 끝나듯 관계가 끝나버린 자리를 그린 「마지막 콘서트」, 천 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 고백하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까지, 이미 기울어진 관계 앞에서 물러서지 못하는 화자가 되풀이해 등장합니다.
그중 2009년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OST로 나온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데뷔 20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 그를 다시 앞줄로 끌어낸 곡입니다. 조영수가 곡을 쓰고 강은경이 노랫말을 붙인 이 발라드는 이후 그의 이름과 가장 먼저 붙어 다니는 대표곡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와 2000년대 말의 이 곡이 한 사람의 대표곡으로 나란히 놓인다는 사실이, 이승철이 어떤 가수인지를 가장 잘 말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