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죽는기사와비단요람
루시곡 소개
숨을 쉬지 않는 땅이 있고, 그 끝에는 달빛이 만든 길이 걸려 있습니다. 곡은 이 한 장면에서 출발합니다. 갑옷의 쇠가 철커덕거리는 소리, 살 위를 춤추는 벌, 뭘 바라더라도 내려놓으라는 듯 날아드는 해까지, 도입부는 끝나지 않는 행군의 감각을 소리와 촉각으로 먼저 쌓아 올립니다.
화자는 죽지 못하는 기사입니다. 스스로를 「흑연과 강철의 괴물」이라 부르면서 곁을 지켜 온 존재에게 그만 가라고, 날 두고 떠나가라고 거듭 밀어냅니다. 그러다 「지켜준 건 내가 아닌 너야」라고 인정하는 순간 관계의 방향이 뒤집힙니다. 지켜 준 쪽은 기사가 아니라 빛을 담는 요람이었고, 밀어내는 말은 보호라기보다 자기혐오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곡이 완전히 뒤집히는 자리는 마지막 후렴입니다. 그만 가라던 명령이 「가지 마」로 바뀌고, 죽지 않는 괴물이라는 자기 규정은 「나는 죽지 않는 너일 테니까」로 옮겨 간 뒤 「나와 너의 모습들은 다 / 똑같은 강철의 요람이구나」라는 깨달음에 닿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요람이었다는 결론이 나오고 나서야 화자는 녹이 슬어 무너져 가는 자신이라도 괜찮다면 같은 밤을 걸어가자고 말하며 곡을 닫습니다.
2024년 3월에 나온 디지털 싱글이며, 팀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아 온 조원상이 노랫말을 쓰고 O.YEON, 최영훈과 함께 곡을 만들었습니다. 마스터링에는 그래미 수상 경력의 조 라폴타가 참여했습니다. 루시는 2019년 JTBC 슈퍼밴드에서 결성돼 준우승을 차지한 4인조로, 바이올린을 전면에 세운 밝고 청량한 곡으로 이름을 알려 온 팀입니다. 이 곡은 그 결을 접고 다크 판타지 서사를 택한 얼터너티브 팝 록이며, 익숙한 루시를 떠올리고 재생을 누른 사람에게는 시작하자마자 낯선 온도가 먼저 도착합니다.
커뮤니티 가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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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지 않는 땅 끝에 걸려있는 저 달빛이 만든 길을 따라 도대체 얼마나 멀리 지나왔는지 이 길은 끝없이 영원하단 걸 뭐가 됐든 상관없다는 듯 쇠들은 철커덕거려 다음이란 의미 없는 소리 살 위를 춤추는 벌 뭘 바라더라도 내려놓으란 듯이 날아드는 해가 나와 내 안에 끌어안은 반 영원함을 말한 이 손을 내게선 떼어놔야만 하는데 그만 가 나의 모습처럼 난 흑연과 강철의 괴물이니까 외로운 괴로운 발걸음은 넌 없어도 되니까 없어야 하니까 이젠 가 날 두고 떠나가 너는 빛을 담는 요람이니까 지켜준 건 내가 아닌 너야 내 사랑아 내 파도여 너는 너의 밤을 가렴 무너지는 폐허 위 타올랐을 열기 속을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잔향 따라 무심히 걸어가 날 움직이게 해준 맘 변화를 약속하는 눈을 내게선 떼어놔야만 하니까 그만 가 나의 모습처럼 난 흑연과 강철의 괴물이니까 외로운 괴로운 발걸음은 넌 없어도 되니까 없어야 하니까 이젠 가 날 두고 떠나가 너는 빛을 담는 요람이니까 지켜준 건 내가 아닌 너야 내 사랑아 내 파도여 널 괴롭힐 거니까 망가질 테니까 너 없는 세상을 걸어가야 하나 느려지다 멈춘 다리 쓰러져 넘어가는 하늘 처음 올려다본 별 길은 되게 느렸구나 가지 마 나와 네 약속처럼 나는 죽지 않는 너일 테니까 외로운 괴로운 그날들에 우리 둘이었으니까 그래 나와 너의 모습들은 다 똑같은 강철의 요람이구나 바라온 건 너와 나 우리야 내 사랑아 내 파도여 다음이란 의미 없는 소리 살 위를 춤추는 벌 뭘 바라더라도 내려놓으란 듯이 날아드는 해가 나와 내 안에 끌어안은 반 영원함을 말하는 널 놓지 않아 녹이 슬어 무너져가는 나라도 괜찮으면 같은 밤을 걸어가자 이 길의 끝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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