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련(紅蓮)
안예은곡 소개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검은 숲에 있나, 불꽃 되어 갔나. 곡은 술래잡기 같은 문답으로 열립니다. 묻는 목소리마다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다가 연못 속에 있나는 물음에 이르러 답이 바뀝니다. 바로 거기 있다, 바로 여기 있다. 찾던 것이 이미 물속에서 화자를 마주 보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어지는 장면은 나라가 무너질 때의 흉조 목록입니다. 사람처럼 울던 왜가리, 피로 가득 채워진 우물, 나무 밑에 무리 지은 수만 마리 개구리, 그리고 절문을 넘어 들어오는 배. 그렇게 나라가 멸망했다는 한 줄로 목록이 닫히고 나면 화자가 정체를 드러냅니다. 「사랑하는 우리 언니 장화야」. 장화홍련전의 홍련입니다. 다만 곡은 자매의 억울한 죽음에 머물지 않고, 온몸이 젖은 친구들과 원한으로 핏발 선 눈동자들을 불러 모아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원혼 전체의 합창으로 판을 키웁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곱게 저승으로 가는 일이 아니라 이승에서 값을 받아 내는 일입니다. 나 억울하오와 나 원통하오로 각각 시작하는 두 대목은 사실상 청구서에 가까워서, 오라를 받고 죄를 갚으라거나 두 손 모아 엎드려 빌라는 명령으로 이어집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원한이 곡소리가 아니라 굿판과 타령의 어법을 입고 나온다는 점입니다. 얼씨구 절씨구 허리 꺾어 산을 타고 눈물을 모아 잔치를 벌인다는 대목에서 공포는 통곡 대신 축제의 형식을 빌립니다. 마지막에는 랄랄랄라 하는 흥얼거림 위로 모가지를 든 채 광장을 돌며 춤추겠다는 선언이 얹히고, 지옥의 불을 크게 지피자는 말과 함께 축제로다라는 외침으로 곡이 닫힙니다.
2023년 8월 5일에 나온 안예은의 싱글입니다. 사람이 음악만으로도 공포를 느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무서운 곡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앞서 능소화와 창귀와 쥐가 같은 계열에 놓여 있습니다. 작사와 작곡은 안예은이, 편곡은 strawberrybananaclub이 맡았습니다. 예로부터 원한이 가장 강한 귀신으로 여겨져 온 것이 물귀신이고 그것이 처녀귀신과 겹쳐 이야기되어 왔다는 점을 곡의 출발점으로 밝혔는데, 도입의 문답이 왜 하필 연못에서 멈추는지도 여기서 설명됩니다.
커뮤니티 가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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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솟았나 (이 위에는 없다) 땅으로 꺼졌나 (그 아래는 없다) 검은 숲에 있나 (이 안에는 없다) 불꽃 되어 갔나 (잿가루도 없다) 연못 속에 있나 (바로 거기 있다 바로 여기 있다) 그 옛날 사람처럼 울던 왜가리와 피로 가득 채워진 우물이 또 나무 밑에 무리 지은 수만 마리 개구리들 그리고 절문 넘어 들어오는 배 그렇게 나라가 멸망했지 사랑하는 우리 언니 장화야 온 몸이 젖은 친구들과 있었네 참 반갑구나 원한으로 핏발 서린 눈동자들 그리고 뭍으로 올라오는 두 발 (두 발 두 발 수 백 수 천 수 만의 발 두 발 두 발 우리를 봐) 나 억울하오 너무 분하오 이대로 저승에 얌전히 가는 건 말도 안 되지 오라를 받고 죄 갚으시오 세상의 모든 귀퉁이가 마를 때까지 하염없이 우린 초점 없이 내다보고 손등으로 박수치고 그대 혼절하면 빛이 있고 깨어나면 어둠이라 얼씨구 절씨구 허리 꺾어 산을 타고 눈물 모아 잔치하네 좋다! 온 우주의 부랑 고혼 모이면 장승님도 길을 열어주시네 찾으리라 짚신을 훔쳐내고 삼족을 멸하리라 (내 손으로) 나 원통하오 참 한스럽소 그대가 이승에 멀쩡히 남는 건 말도 안 되지 두 손을 모아 엎드려 비시오 어느 날 해가 서쪽에서 비칠 때까지 영원토록 랄랄랄라 랄랄랄랄라 너의 모가지를 든 채 광장을 돌며 춤을 추리라 아! 소리 내어 마음껏 웃게 지옥의 불을 크게 지펴 타오르세 축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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