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수
김범수는 얼굴을 감춘 채 목소리만으로 이름을 알렸고, 십여 년이 지난 뒤 경연 프로그램에서 다시 조명받은 보컬리스트입니다. 1999년 1집 「A Promise」로 데뷔했지만 당시 소속사는 그를 얼굴 없는 가수로 내세웠고, 2000년 2집의 「하루」가 크게 히트하는 동안에도 그는 음악 방송 무대에 서지 못했습니다. 대중이 목소리와 얼굴을 맞춰 보게 된 것은 2003년 무렵부터였습니다.
그를 오래 설명해 온 표현은 고음 발라더입니다. 힘 있는 발성과 뚜렷한 음색으로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오가며 곡의 감정을 키우는 방식이 그의 무기였고, 본인도 가창력을 앞세운 고음 위주의 창법을 오래 써 왔다고 말합니다. 다만 데뷔 25년을 맞은 2024년 정규 9집에서는 그 고음을 의도적으로 걷어내고 미니멀하고 서정적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습니다. 목소리가 변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고음을 쓰지 않기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가 반복해서 부르는 것은 떠나보낸 뒤에도 정리되지 않는 마음입니다. 2002년 3집 타이틀곡 「보고싶다」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떠나가라고 밀어내면서 속으로는 죽을 만큼 보고 싶다고 말하는 노래로, 윤일상이 곡을 쓰고 윤사라가 노랫말을 붙였습니다. 이 곡은 이듬해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쓰이며 한 번 더 크게 퍼졌고, 지금도 그의 이름 앞에 가장 먼저 놓입니다.
2011년 「나는 가수다」에 참여해 박정현과 함께 최장 생존 가수로 명예졸업한 것은 이력의 분명한 분기점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며 「제발」이나 「끝사랑」처럼 절정부를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발라드와 방송 활동이 나란히 붙었고, 목소리만 알던 가수에서 이름과 얼굴이 함께 통하는 가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