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년설
국내30곡TJ 12 / KY 18
떠도는 사람의 노래를 도맡았던 가수입니다. 나그네와 주막, 항구와 만리 밖 같은 말이 대표곡 제목에 계속 되풀이됩니다. 1940년대 조선 대중가요에서 남성 가창의 한 축을 맡았고,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로 옮기는 자리를 오래 지켰습니다.
목소리는 매끈한 미성 쪽이 아닙니다. 같은 시기에 인기를 모은 남인수의 또랑또랑한 음색과 견주면, 그는 음을 굵게 흔들어 끌고 가면서 호소하듯 목을 붙잡는 편입니다. 여러 기록이 그의 창법을 서민적이라고 적었습니다. 기교로 감탄시키기보다 듣는 사람 옆자리에 앉는 소리에 가깝습니다.
가사는 대부분 길 위에 있습니다. 「나그네 설움」은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로 시작해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이 고였다고 이어집니다. 「번지 없는 주막」과 「대지의 항구」에서도 돌아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의 시선이 그대로 반복됩니다.
문학을 공부하러 일본에 건너갔다가 레코드사 관계자의 권유로 「유랑극단」을 취입하면서 가수가 되었습니다. 노래만 부른 것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써서 가사도 지었습니다. 대표곡으로 꼽히는 「나그네 설움」과 「번지 없는 주막」, 「대지의 항구」는 모두 작곡가 이재호가 쓴 곡이며, 1960년대에 활동을 정리하고 무대를 떠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