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인호
국내46곡TJ 19 / KY 27
손인호는 평생 무대에 서지 않고 음반만으로 히트곡을 남긴 「얼굴 없는 가수」의 원조입니다. 본업은 영화 녹음기사였고, 한양녹음실 대표 기사로 수많은 작품의 소리를 맡으면서 노래는 오직 취입으로만 했습니다. 방송에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녹음 일을 완전히 접고 일흔이 넘어서였습니다.
그의 가창은 같은 시대의 남인수와 곧잘 견줍니다. 가요사 연구자 이동순은 남인수가 카랑카랑한 금속성을 바탕으로 한다면 손인호는 고음역까지 쉽게 올라가면서도 부드러움과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고 갈랐습니다. 다만 실향을 다룬 곡에서는 그 부드러움을 걷어내고 절규에 가까운 창법으로 몰아붙입니다. 객석을 상대해 본 적이 없으니 그의 노래는 전부 마이크 앞에서만 완성된 소리인 셈입니다.
평안북도 창성에서 태어나 수풍댐이 들어서며 고향이 물에 잠기자 만주로 옮겨 갔고, 해방 뒤 콩쿠르에서 1등을 한 것을 계기로 월남했습니다. 취입한 150편 남짓 가운데 스무 편 넘게가 두고 온 북녘 고향과 실향민의 심정을 다룹니다. 나머지 자리는 열차와 항구, 부두에서 갈라서는 이별이 채웁니다.
박시춘에게 받은 「나는 울었네」로 이름을 얻었고, 박춘석이 곡을 쓰고 손로원이 노랫말을 붙인 「비 내리는 호남선」이 가장 널리 퍼졌습니다. 이 노래는 발표 직후 야당 후보가 호남선 열차 안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추모곡처럼 불렸습니다. 실향민의 마음을 대신한 「한 많은 대동강」과 「해운대 엘레지」도 그의 자리를 함께 보여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