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국내53곡TJ 25 / KY 28
이애란은 노래보다 노래 속 한 구절이 먼저 유명해진, 흔치 않은 경로를 지나온 트로트 가수입니다. 1990년 무렵부터 노래했지만 이름이 알려지기까지는 20년이 훨씬 넘게 걸렸습니다. 그 긴 무명을 끝낸 곡이 「백세인생」입니다.
소리는 정통 트로트의 문법을 그대로 씁니다. 음을 곧게 뻗는 대신 끝을 꺾어 내리고, 목을 조여 잘게 떠는 바이브레이션을 걸어 한 소절마다 굴곡을 만듭니다. 「백세인생」에서는 아예 아리랑 가락을 후렴으로 끌어와 다섯 음으로 된 선율 위에 흥겨운 전자 트로트 리듬을 얹었습니다. 신나는 반주 위에서 목소리만 구성지게 늘어지는 이 어긋남이 노래의 인상을 결정합니다.
가사는 사랑 타령이 아니라 나이와 죽음을 다룹니다. 저세상에서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못 간다고 전하라는 말을 예순부터 백오십까지 되풀이하는데, 체념 대신 능청과 배짱으로 받아치는 태도가 남달랐습니다. 발표 당시에는 조용히 묻혔던 이 곡은 나중에 후렴의 한 마디가 짤막한 이미지에 얹혀 인터넷을 돌기 시작하면서 뒤늦게 온 국민이 아는 노래가 됐습니다. 노래가 만들어진 때와 퍼진 때가 서로 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대표곡으로는 「백세인생」과 그 뒤에 내놓은 「백년의 길」, 고향인 강원도 홍천을 노래한 「내고향 홍천」이 꼽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