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해철
신해철은 자기 이름으로 낸 음반마다 만드는 방식을 통째로 갈아치운 사람입니다. 무한궤도가 흩어진 뒤 1990년 혼자 남아 솔로로 나왔고, 처음에는 곱상한 얼굴로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하이틴 스타에 가까웠습니다. 그 이미지를 스스로 깬 것이 이듬해의 두 번째 음반인데, 노랫말과 곡은 물론 당시 국내에 막 들어온 컴퓨터 음악 작업까지 혼자 해냈습니다.
목소리는 낮고 두꺼운 쪽이고 발음을 뭉개지 않아, 노래보다 말에 가까운 구간을 자주 씁니다. 그 목소리를 얹는 바닥은 한자리에 머문 적이 없습니다. 신시사이저를 앞세운 곡, 기타를 세운 록, 테크노만으로 채운 음반, 재즈 편성으로만 만든 음반이 차례로 나왔고, 밴드를 새로 꾸렸다가 다시 혼자로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마지막 음반의 첫 곡은 악기를 하나도 쓰지 않고 자기 목소리만 천 개가 넘는 트랙으로 쌓아 만든 아카펠라였습니다.
가사에서 그는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나 세상 전체를 향해 말을 겁니다.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을 따져 묻고,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다 끝내 닿지 못하는 물고기에 자기를 겹쳐 놓습니다. 존재나 죽음 같은 무거운 말을 노랫말에 그대로 끌어들이면서도 문장 자체는 어렵게 쓰지 않습니다.
십 년 넘게 심야 라디오를 진행했고, 그 자리에서 굳은 말투가 노랫말의 화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표곡은 테크노 음반의 「일상으로의 초대」와 작업실에서 혼자 완성한 「민물장어의 꿈」, 그리고 「나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2014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