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모
국내210곡TJ 104 / KY 106
김건모는 흑인음악의 리듬을 한국어 가요 문법 안으로 옮겨 놓은 가수입니다. 서울예대에서 국악을 전공했고 해군 홍보단과 록 밴드 키보디스트를 거쳐 1992년에 솔로로 데뷔했는데, 출발점의 이 잡식성이 이후 음악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의 소리를 규정하는 것은 속도입니다. 1993년 2집의 「핑계」는 당시 생소하던 레게 리듬을 가요 타이틀곡에 앞세운 곡으로, 고음과 저음을 쉬지 않고 오르내리는 선율 때문에 따라 부르기 까다로운 노래로 꼽힙니다. 1995년 3집의 「잘못된 만남」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빠른 댄스 비트 위에 가사를 쉼표 없이 밀어 넣습니다. 두 곡 모두 김창환이 노랫말과 곡을 썼고 김건모가 편곡에 참여했는데, 이 조합이 1990년대 중반 가요의 한 축을 만들었습니다.
가사는 어긋난 관계를 다룹니다. 친구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헤어진 사람이 대는 핑계를 따지고, 「아름다운 이별」처럼 끝을 정리합니다. 격한 사연을 무겁게 부르지 않고 리듬에 실어 흘려보내는 것이 특징이라 노래는 밝은데 내용은 서늘한 곡이 많습니다.
「잘못된 만남」이 실린 3집은 한국 기네스북에 최다 판매 음반으로 오르며 1990년대 음반 시장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에도 R&B와 소울, 발라드를 오가며 「스피드」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미안해요」를 차례로 차트에 올렸고,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처럼 선배 곡을 다시 부른 작업도 남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