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희
국내100곡TJ 44 / KY 56
최진희는 트로트 가수로 분류되지만 부르는 방식은 발라드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음을 꺾어 넘기는 기교를 거의 쓰지 않고 곧게 뻗으며, 성량이 크고 음역이 넓어 고음 구간을 흔들림 없이 밀어 올립니다. 1980년대 신문 기사들도 그를 소개할 때 풍부한 성량과 넓은 음폭, 박력 있는 고음 처리를 먼저 꼽았습니다.
무대 경력은 밴드에서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상경해 또래들과 밴드를 꾸렸고 명동과 호텔 나이트클럽을 옮겨 다니며 노래하던 중, 악단장이던 작곡가 김희갑의 눈에 띄어 1983년 드라마 주제가 「그대는 나의 인생」을 부르며 알려졌습니다. 이후 「사랑의 미로」와 「물보라」,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까지 김희갑이 쓴 곡을 잇달아 부르면서 대표곡 대부분을 한 작곡가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대표곡이 커진 방식도 조금 특이합니다. 「사랑의 미로」는 발표 직후 터진 곡이 아니라 1985년 한 해에 걸쳐 서서히 순위를 올려 연말에야 정상에 닿았고, 같은 음반에 묻혀 있던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는 그보다 더 늦게 따라 히트했습니다. 가사는 사랑을 미로나 길목 같은 공간에 빗대는 문어체 서정이 많고, 1999년 「천상재회」처럼 한참 뒤에 나온 곡까지 같은 결을 유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