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신
윤종신은 한 가지 직함으로 묶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면서 남의 곡에 노랫말을 붙이는 작사가이고, 후배 가수를 세우는 프로듀서이자 라디오와 예능을 오래 진행해 온 방송인이기도 합니다. 1990년 015B의 객원 가수로 「텅 빈 거리에서」를 부르며 가요계에 나왔고, 이듬해 첫 솔로 앨범을 내며 두 갈래를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활동 방식 그 자체입니다. 2010년 3월에 시작한 월간 윤종신은 매달 한 곡에서 세 곡씩 신곡을 내놓는 프로젝트로, 몇 년에 한 번 앨범을 내던 발표 주기를 아예 월 단위로 바꿔 놓았습니다. 매달 다른 가수를 불러 노래를 맡기고, 한 해치를 연말에 행보라는 이름으로 묶어 정규 앨범으로 정리합니다.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도 이 프로젝트의 2012년 6월호로 나온 곡이며, 노랫말은 윤종신이 썼습니다.
목소리는 성량이나 음역으로 압도하는 쪽이 아닙니다. 말을 건네듯 담담하게 부르고, 감정이 차오르는 자리에서도 소리를 키우기보다 문장을 또박또박 밀어 넣습니다. 그 대신 노랫말이 앞에 섭니다. 그가 붙드는 소재는 이별한 다음의 시간입니다. 헤어진 직후의 격정이 아니라 한참 지나 상대의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올라오는 옹졸함과 미련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적습니다.
2017년 6월에 조용히 발표한 「좋니」가 두 달 뒤 역주행해 주요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그 화법이 통한 순간이었습니다. 데뷔 27년 차 발라드 가수가 아이돌 신곡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고, 멜론 월간 차트에서는 두 달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김연우가 부른 「이별택시」의 노랫말도 그의 것인데, 자기가 부른 노래와 남에게 써 준 노래가 서로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윤종신은 가수 한 칸에만 세워 두기 어려운 이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