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현미
주현미는 정통 트로트의 발성을 가장 정확하게 들려주는 가수로 불립니다. 광주에서 태어난 화교 3세로 중앙대 약학대학을 나와 1984년에 약사 면허를 따고 서울 중구에 약국을 열었습니다. 가수가 된 것은 그다음입니다. 작곡가의 권유로 녹음한 메들리 음반 《쌍쌍파티》가 전국으로 퍼졌고, 그 기세로 1985년 1집 「비 내리는 영동교」를 내면서 정식 데뷔했습니다. 한동안은 방송에 나가지 않고 약국을 지키던 얼굴 없는 가수였습니다.
소리를 규정하는 것은 꺾기입니다. 음을 끌다가 끝에서 한 번 접어 내리는 이 기법을 후배 트로트 가수들이 그의 노래로 배웁니다. 목소리 자체는 얇고 단맛이 도는 편이라 꺾기가 거칠어지지 않고, 그래서 같은 정통 트로트라도 무겁게 눌러 부르는 계열과 뚜렷이 구분됩니다. 록 밴드 보컬로 음악을 시작한 이력이 여기에 섞여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노랫말은 도시의 지명과 기다리는 사람을 반복해서 붙여 놓습니다. 영동교, 신사동처럼 그 시절 개발 중이던 서울의 장소가 제목에 그대로 박히고, 그 자리에서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여자가 화자로 섭니다. 「월악산」이나 「탄금대 사연」처럼 지방의 지명을 그대로 가져온 곡도 같은 계열입니다.
1988년 「신사동 그 사람」으로 그해 KBS 가요대상 대상을 받으며 1980년대 트로트를 대표하는 자리에 섰습니다. 이후 록과 발라드가 가요를 덮은 시기에도 창법을 바꾸지 않았고, 2000년 「러브레터」와 2011년 「여백」처럼 시간을 두고 나온 곡들이 계속 자리를 잡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