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호
국내146곡TJ 62 / KY 84
배호는 목소리 하나로 기억되는 가수입니다. 1942년 중국 산둥성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부모 아래 태어나 광복 뒤 귀국했고, 음악은 노래가 아니라 드럼으로 시작했습니다. 외숙부들이 이끌던 방송국 악단과 미군 부대, 카바레 무대에서 드럼을 치다가 직접 밴드를 꾸렸고, 1963년에 「굿바이」로 가수 이름을 얻은 뒤에도 한동안은 연주가 본업이었습니다.
그를 규정하는 것은 저음입니다. 목소리가 낮게 깔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음을 길게 끄는 동안 밑바닥이 잘게 떨립니다. 이 떨림의 폭과 속도가 워낙 특이해서 이후 수많은 모창 가수가 나왔지만 같은 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초기 레퍼토리는 트로트가 아니라 재즈와 라틴이 섞인 스탠더드 팝이었고, 그 이력이 뒤에 부른 트로트에도 남아 밴드 반주와 잘 맞물립니다.
노랫말에는 장소와 시각이 제목까지 올라옵니다. 「돌아가는 삼각지」의 삼각지 로터리,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의 공원, 「영시의 이별」의 자정, 「비 내리는 경부선」의 열차처럼, 헤어진 사람이 어디에서 언제 돌아섰는지가 먼저 제시되고 감정은 그 뒤에 붙습니다. 비와 안개가 거의 매번 함께 나옵니다.
1967년 이인선이 쓰고 배상태가 곡을 붙인 「돌아가는 삼각지」가 크게 히트하며 정상에 올랐고, 「누가 울어」와 「마지막 잎새」가 뒤를 이었습니다. 1971년 11월 7일 세상을 떠났고 만 29세였습니다. 활동한 기간은 십 년이 되지 않지만 지금도 용산에는 그의 노래비와 동상이 서 있습니다.


